
카카오톡, 텔레그램, 슬랙, 디스코드, 채팅+ 대화를 브라우저 한 화면에서 보는 도구를 3주 남짓 만들었다. 이 연재는 그 사이에 틀렸던 판단들의 기록이다. 잘된 이야기보다 고친 이야기가 많다. 1편은 출발점인 카카오톡 터미널 도구 이야기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다. 코드는 대부분 AI 에이전트가 썼다. 나는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어디서 멈출지를 정했다. 그래서 이 글에는 코드보다 판단이 더 많이 나온다.
읽기만 하겠다던 도구
9월 14일, 첫 커밋의 소개 문장은 이랬다. "읽기 전용. AI 에이전트를 위한 것." 내 PC에 있는 카카오톡 대화를 에이전트가 읽고 요약하거나 답장 초안을 쓰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보내지 않고, 카카오톡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README에 적었다.
그 문장은 하루를 못 갔다. 같은 날 보내기 기능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질문의 무게가 달라졌다. 읽기에서 틀리면 내가 잘못 아는 것으로 끝난다. 보내기에서 틀리면 남에게 닿는다.

'보냈다'고 말해도 되는 순간
처음에는 엔터를 누르면 보냈다고 표시했다. 그런데 엔터는 카카오톡 창에 키 하나를 넣는 것일 뿐이다. 그 글자가 입력창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9월 21일에야 이걸 고쳤다. 입력창이 실제로 비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만 '제출됨'이라고 한다. 입력창을 읽지 못하면 비었다고 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조금 부끄러운 대목도 있다. 맥 쪽 도구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두 도구가 같은 약속 문서를 나눠 쓰는데, 윈도우 쪽만 그 약속을 어기고 있었다.

입력창이 빈 것도 아직 '전달'은 아니다. 그래서 나중에 만든 화면은 원칙을 하나 더 얹었다. "보냈습니다"라는 말은 보낸 메시지를 대화 기록에서 다시 읽어 낸 뒤에만 한다. 결과를 모르는 전송은 자동으로 다시 보내지 않는다. 같은 말이 두 번 가는 것보다,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쓰다 만 말은 누구 것인가
보내기를 붙이자 다른 문제가 따라왔다. 카카오톡 입력창에 내가 쓰다 만 문장이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나.
처음에는 보내기를 거절했다. 안전해 보였지만, 그러면 결국 PC 앞까지 가서 손으로 지워야 했다. 보내려는 사람은 이미 방과 문장을 정했는데, 지키는 것은 누군가 쓰다 둔 한 줄이었다. 9월 16일에 판단을 바꿨다. 지우고 보내되, 무엇을 지웠는지 반드시 알려 준다. 미리 돌려 보는 모드에서는 "이대로 보내면 이 초안이 지워진다"고 먼저 말한다. 몰래 버리는 것은 없게 했다.
이 판단은 3주 뒤 점검에서 한 번 더 손봤다. 지금은 지운 초안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혼자 쓰려던 도구에 다른 손이 닿다
9월 16일, 같은 도구의 맥 버전을 만들었다. 윈도우와 맥은 카카오톡을 다루는 방법이 달라서 거의 새로 짜야 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다른 개발자들의 PR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쓰려고 만든 도구였는데, 맥 쪽은 한 달이 안 되어 외부 PR이 40개를 넘었다.
다음 날 두 도구에 이름을 붙였다. 윈도우는 kanao, 맥은 kamado. 둘은 나중에 한 저장소로 합쳐지는데, 그건 5편에서 쓴다.

기능 대신 대가를 적다
9월 15일에 README를 다시 썼다. 다른 도구들처럼 기능을 늘어놓는 대신, 이 도구를 쓰면 치르게 되는 것들을 앞에 뒀다. 방을 열면 읽음 표시가 된다는 것, '제출'이 '전달'이 아니라는 것, 요약 기능은 지어내지 않는다는 것.
사흘 뒤에는 면책 문서를 따로 만들었다. 공식 API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 약관을 지킨다는 뜻은 아니라고 분명히 적었다. 제대로 동작하면서도 일이 틀어질 수 있는 경우도 적었다. 방을 잘못 고르면 모르는 사람의 방이 읽음 처리될 수 있다. 화면에 보이는 이름은 오늘의 이름일 뿐이다. 검색 결과가 비어 있다고 그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도구는 내 PC에 남아 있는 것만 읽는다.

문을 열다
9월 17일, 이 도구를 다른 컴퓨터에서도 부를 수 있게 했다. 터미널 안에서만 쓰던 읽기와 보내기를, 정해 둔 약속에 따라 주고받을 수 있게 열어 둔 것이다. 보내기와 보내기 사이에는 2초 간격을 두게 했다.
문을 열고 나니 그 앞에 화면을 하나 세우고 싶어졌다. 그게 saya다. 처음에는 이 서버를 saya로 옮겨 오려다가, 사흘 만에 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음 편은 그 이야기다.
아직 못 푼 것
카카오톡 PC 버전은 한 번에 한 곳에서만 로그인된다. 윈도우와 맥에서 같은 계정을 함께 띄울 수 없어서, 지금도 쓰지 않는 쪽은 꺼 둔다. 카카오톡이 한 번도 열지 않은 방은 읽지 못한다. 고칠 문제라기보다 이 방식의 경계라고 생각한다.
메신저를 한 화면에
- 카톡을 터미널에서 읽던 작은 도구 (이 글)
- saya, 아무것도 모르는 화면
- tsuba, 하루 만에 메신저가 넷
- 채팅+, 안 된다고 적었다가 지운 결론
- nichirin과 heimdal, 남에게 건네기